얼마전에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번역판으로.
내용 자체가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아주 어렵다고도 할 수 없고, 학술 논문이 아니라 수식도 없기 때문에
생물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교양과학 서적을 읽기 위한 기본적인 교양 수준과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읽어 나가는 것 자체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처음엔 읽어 나가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분명 우리말이긴 한데 왜 이렇게 읽는 것
자체가 힘이 든 걸까? 그렇다고 그 부분에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러 번 읽어 보니 문장이 뜻하는 바는 이해가 되긴 되는데 문장 자체가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다.
즉 '비문' 이 많고, 논리적인 사고 흐름과 위배되는 문장이 많기 때문에 그걸 올바른 문장으로
알아서 짜맞춰야 하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다는 것.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이 책의 번역에 대한 말이 많다.
이제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확장된 표현형'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 보다 내용이
좀 더 어렵다. 그리고 번역도 그대로, 번역에 대한 불만도 그대로이다.
좋은 책을 읽을 즐거움보다 또 이걸 어떻게 꾸역꾸역 읽어낼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역시 교양인이 되는 것은 멀고도 험한 길.
- 바람이 있다면 출판사에서 이 책들의 번역을 매끄럽게 다듬어주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팔리고 읽힐 고전과도 같은 책들이니. 다 뜯어고칠 필요도 없고, 과학서적 번역의 역량이 있는 전문 번역가가 문제 있는 문장을 조금씩만 다듬으면 될 것 같은데.. 이런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
- 다음을 참고하면 번역이 어떤 식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1) 확장된 표현형 번역 비판
2) 이기적 유전자 번역 비판
http://goodking.new21.net/bbs/rgboard/view.php?&bbs_id=0006&page=2&doc_num=339
위의 확장된 표현형 비판 중에서 한 부분만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맨 위가 번역판 책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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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남(36쪽) : 그 서평자는 남자를 치료 불능의 바람둥이로 만든 유전자가 실재하므로 바람둥이라고 해서 비난받을 수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Dawkins(10 쪽) : The reviewer ’ s clear implication is that the authors he is critcizing believe in the existence of genes that force human males to be irremediable philanderers who cannot therefore be blamed for marital infidelity.
이덕하 : 인간 남자를 구제불능의 바람둥이가 되도록 강제하는 유전자들이 있어서 결혼의 정조를 지키지 않더라도 비난받을 수 없다고 자신이 비판하는 저자들이 믿고 있다고 그 서평자는 분명히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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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의 구조를 다시 한번 보면
T he reviewer’s clear implication is that
that의 내용 : the authors he is critcizing believe in the existence of genes
genes가 어떤 genes인지의 설명 : that force human males to be irremediable philanderers
philanderers에 대한 설명 : who cannot therefore be blamed for marital infidelity.
위와 같고, 이를 우리말로 바꿔 보면
서평자가 명확히 암시하는 것은 그것이다.
'그것'의 내용 : 저자들 ( = 서평자가 비판하는 대상 ) 은 유전자의 존재를 믿는다.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의 설명 : 인간 남성이 구제불능의 바람둥이가 되도록 강제한다.
'바람둥이'에 대한 설명 : 그들은 따라서 결혼의 정조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받을 수 없다.
이상과 같다. 따라서 정확한 번역 대신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 써 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저자들은
인간 남성이 구제불능의 바람둥이가 되도록 강제하는 유전자의 존재를 믿으며
따라서 그들이 결혼의 정조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평자는 이 점을 명확히 암시한다.
* 결국 읽다가 포기했다.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눈먼 시계공' 부터 먼저 읽고 있음.
'확장된 표현형'은 나중에 일어판을 보든지 영어판을 보든지 아니면 그냥 건너뛰든지 해야겠다.
구제불능의 바람둥이가 되도록 강제하는 유전자의 존재를 믿으며 따라서 그들이 결혼의 정조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yun126 | 06/24/2010 at 02:32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