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을 할인된 가격에 사보자고 가입한 민음 북클럽.
세계문학전집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고, 북클럽 회원 대상 할인판매도 매달 하기 때문에 혜택이 쏠쏠하다.
(몰랐으면 안 샀을 책들을 자꾸 소개해줘서 사게 되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ㅎㅎ)
그런데 얼마 전 민음사에서 예고도 없이 택배가 왔길래 뭘까 하고 봤더니, 북클럽 회원 100명에게 신간 '그레이트 하우스'의 가제본판을 깜짝 선물로 보내 준 것이었다! 이런 반가울 데가 있나.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책도 아니고 아직 출판되지 않은 테스트버젼을 보내주다니 정말 기분좋아지는 선물이었다.
니콜 크라우스는 74년생으로 스텐포드와 옥스퍼드 출신의 천재 작가라고 한다. (비교되니 괜히 슬퍼지네.) 이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니 작가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설명 생략.
책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YES24 를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책상 하나에 얽힌 여러 시대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상은 그냥 책상이 아니라 소유자의 (아니면 책상에 지배받는 자의?) 영혼의 큰 부분을 잠식하는 거대한 미지의 덩어리와 같이 묘사된다.
( 소설인데도 영화처럼 트레일러가 있다. 여기서도 비슷한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
몇 개의 이야기가 따로 펼쳐지면서 약간씩의 접점을 갖고 진행되는데, 마치 영화 '매그놀리아' 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읽다 보면 하나씩 인물들간의 연결점이 생긴다는 점에서, 그리고 약간의 반전도 가끔 등장한다는 면에서 미스테리의 성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야기가 하나로 정리되면서 완결되지는 않는다.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 너의 불행은 너의 불행, 그의 삶은 그의 삶. 하나의 책상 주변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러 삶들.
모든 에피소드에 두 가지 상반된 타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다.
내면으로 침잠하고, 타인과 외부세계에 대해 무심하며, 무언가 결여된 듯한, 하지만 어떤 성격의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사람.
그리고 반대로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
첫번째 타입의 사람이 화자가 되기도 하고, 두번째가 화자가 되기도 하면서 자신과 상대방의 문제가 무엇인지,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어서 어떤 결말을 가져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시트콤이 아니다.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중요하다.
양자역학적 불확실성에 가까운, '확실한 것, 항상 그러한 것은 없다' 가 전체를 관통하는 명제라고 느껴진다. (그거 말고도 주제는 많겠지만)
이와 관련된 인상깊은 구절들 :
"가끔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갑자기 모든 게 분명해지고, 생활을,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생활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환상을 지키기 위해 잊어버리거나 일부러 무시하기로 했던 어떤 다른 차원, 그 차원을 가리고 있던 벽 너머가 보이는 그런 순간이요."
"삶이 지금까지처럼만 계속된다면, 자기 전 벽 앞에 세워 둔 의자가 다음 날 아침에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기만 하다면, 우리가 나란히 누워 자는 동안 의자에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고, 그 의자가 같은 의자든 아니면 천 개의 다른 의자든 상관없고, 긴 밤사이에 잠깐 사라져도 상관없었다. 다음 날 아침 내가 거기에 앉아 매일 아침 하듯이 신발을 신는 동안, 나의 몸을 받쳐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저 우리가 함께 지내는 삶이 언제나처럼 계속될 거라는 것만 알면 되었다."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니콜 클라우스라는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다른 책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좋은 책인 건 분명한 것 같고.
끝까지 읽으면 살면서 자주 부딪힐 한 가지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없으면 만들면 된다') 도 얻을 수 있다. 이거 굉장히 중요한 거지!
좋은 책을 보내 주신 민음사에 감사드리고, 또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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